시골약사의 노인예찬 춤추고 놀면 하나도 안아프당께
“이 바쁜 농번기에 화담엄마들이 왜 이렇게 많이 나오셨어요?”
“마늘 뽑니라 바쁜디, 하도 몸땡이가 아파서, 병원갈라고 택시타고 나왔제.”
어머니들이 쭈구려 앉아서 “마늘을 뽑응께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마늘 독 땜 에 그런가 몸도 가려워 죽겠다”고 하신다.
걸음도 불편하시고 허리도 못펴서 지팡이 짚고 다니지만 그나마 처방약이 통증을 잠시 누그러주는가 보다. 농사일로 바쁘다 보니 약을 짓자마자 서너 명씩 짝을 지어 서둘러 택시를 불러 들어가신다. 바쁘게 서두르다 보니 머물고간 자리에 약봉투를 그대로 두고 가신 분이 계신다.
집에 도착할 때쯤 돼서 “엄니! 약국에다 약을 놔두고 갔던데요. 어떡할까요?” 전화드렸더니
“어메, 내 정신좀 보소. 어찌야스까? 바빠서 찾으러 가기도 힘든디.”
“엄니! 그러면 내가 이따 퇴근시간에 집으로 갖다드 릴까?”
“어머. 그러면 넘다 고맙제. 안바쁘면 그렇게 좀 해 줄라요. 아이고, 고마운 것”
하고 통화를 끝냈다.
근데 퇴근시간이 되어 집에 전화하니 받지를 않는 것이다. 시골 마을은 집을 몰라도 마을회관에 가서
"점암떡 어디사요?” 물어보면 다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약국을 나섰다.
10여분 차로 달려 마을회관 주차장에 내려보니 꿍짝꿍짝 음악소리 얼마나 큰지 마을회관을 들썩이고 있었다. 회관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아까 아프다고 오전에 병원 다녀 가셨던 분들이 언제 그랬냐는듯 허리를 똑바로 펴고 머리는 천정을 향하고 두 팔을 신나게 흔들면서 열심히 춤을 추고 계셨다.

나를 보더니 “인애약국 약사가 여기까지 왜왔소?”
“아니, 어머니들! 아까 그렇게 아프다고 난리더니 허리랑 다리랑 다 펴져분네. 뭔일 이여!”하니
한 어머니가 “이렇게 춤추고 놀 때는 하나도 안 아파” 하신다.
“근디 왜왔어?”
“아니, 다름이 아니고 점암떡 엄마가 약국에 약을 놔두고 가서 갖다주러 왔어요. 집 에 전화를 안받은디 집이 어디다요?”
“응, 점암떡! 같이 놀자고 했드만 자기는 마늘 뽑아야 한다고 밭에 갔어. 저 뒤로 쭉 올라가면 마늘밭에 있을거여. 한번 가봐.”
“그래요. 들어가서 계속 노세요. 감사합니다.”
조금 걸어올라가 마늘밭에서 어머니를 만나 약을 전해드리니 “옴메! 여기까지 어찌 알고 찾아왔다냐? 고맙소. 일하다 본께 내 꼴이 말이 아니요. 여기까지 오셔서 그냥 가면 서운한께 여기 뽑아논 마늘 좀 가져가 잡숴바”하며 거절해도 기어이 두 다발을 싸주신다.
이제 뽑은 마늘이라 그런지 마늘냄새가 싱싱하게 코 끝을 자극했다. 밭을 뒤로 하고 트렁크에 싣고 오는데 차 안에 마늘 냄새가 가득했다. 며칠 동안 차안에서 나는 마늘냄새가 어머니들을 잊지 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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