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겨 보는 설화 문바위와 옥동자

한국설화연구소
2024-12-23 16:00
나주설화

나주 남평에서 3km쯤 동쪽에 ‘문암(文巖)’이 있다. 문암, 이른 바 문바위에는 남평문씨 시조인 문다성(文多省) 탄생설화가 전해온다.

문바위에서 서남쪽으로 건너다보이는 강 건너가 오래 전 남평고을 터였다.

472년, 백제 개로왕(盖鹵王) 18년. 남평고을 원님이 아침에 일어나 강 건너를 바라보니 서기가 감돌았다.

“저곳에 어디인가?”

원님이 아전에게 묻자 제법 나이가 지긋한 아전이 손을 이마에 대고 강 건너를 바라보더니 대답하였다.

“저곳은 특별한 곳은 아니옵고 커다란 바위가 하나 놓여 있을 뿐입니다.”

“그래? 그런데 어찌 저리 상서로운 기운이 감돈단 말인가.”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이 들었는지 원님이 관졸들을 데리고 강을 건너 문바위를 찾아갔다.

원님이 가보니 커다란 바위가 덩그렇게 있고, 그 바위 아래에는 장자연못이 있었다.

문바위와 옥동자-1.jpg

“특별한 기운이 없는데 어찌 강 건너편에서 볼 때 그리 상서로운 기운이 감돌았을까?”

원님이 이리저리 살피고 있는데 놀랍게도 바위 위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저 소리는 혹 아이 울음소리가 아닌가?”

누가 들어도 아이 울음소리였다.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에서 어찌 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단 말인가? 그것도 필경 바위 위에서 나는 소리가 분명하였다.

“서둘러 올라가 보아라!”

원님이 관졸을 시켜 바위 위로 올라가보도록 하였다.

잠시 후 관졸이 바위 위로 올라가더니 원님을 내려다보며 고하였다.

“사또! 여기 돌상자가 하나 있습니다.”

“돌상자? 당장 가지고 내려오도록 해라!”

그러나 혼자 들고 내려오기에는 벅찼는지 관졸이 다른 관졸 하나를 불러 함께 들고 내려왔다.

“돌상자를 열어보아라!”

원님의 명을 받은 관졸들이 돌상자 뚜껑을 열어보자 놀랍게도 그 속에 옥동자가 들어 있었다. 조금 전 들었던 아이 울음소리가 맞았던 것이다.

옥동자를 꺼내 살펴보니 신기하게도 배와 등에 ‘文’자 문신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아이는 하늘이 내린 아이가 분명하다. 관아로 데리고 가자!”

원님은 옥동자는 틀림없이 하늘이 내린 아이이며 장차 존귀한 사람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데려다가 키웠다.

아니나 다를까 그 아이는 다섯 살 때 벌써 글재주가 신통하여 어른들도 어렵다는 글을 스스로 깨우치는가 하면 무예에도 뛰어나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하였다.

원님은 그 아이를 아들로 삼아 자신의 성을 줄까 생각하였지만 아이의 문신에 있는 ‘文’자를 따서 문(文)씨로 성을 삼고, 이름은 다성이라 지었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문다성은 과연 훗날에 나라의 큰 기둥이 되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 남평문씨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허석 / 한국설화연구소 소장

©설화와 인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새 글

카테고리

인기글